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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새의 윤곽/김 언

정영진 2010. 10. 6. 14:32

새의 윤곽 

 

 

 김언

 

 

 아주 먼 곳에서 하늘은 있다.

 

 너를 들여다보기 위하여 아주 먼 곳에서 공기는 빛나고 날은 흐리다. 맑은 날이면 구름이 분명한 자리를 차지하고 너보다는 느린 속도로 하늘에 구멍을 내고 아주 먼 곳에서 흐린 날까지 걸어서 온다. 구름에는 비의 두 발이 언제라도 숨어 있다.

 

 지상에 발을 딛는 순간 모이를 쪼듯 땅을 후벼파는 빗방울도 너와 함께 너의 이웃들. 잊어먹지 않고 다시 올라가는 너를 둘러싼 공기방울도 너처럼 배가 부르지는 않다.

 

 너를 말하기 위하여 너는 거기 있다.

 

 한동안 네가 있다는 것만 확인되는 까만 점 한 귀퉁이에서 문득 바람이 불고 구름이 일고 너는 그러고도 한참을 떠 있다. 바람 속인지 구름 속인지 너의 내부는 배부른 물방울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하늘 속,

 

 보이지 않는 구멍에서 온 하늘바닥으로 너는 날개를 친다. 너를 말하지 않는 곳에서 비는 내리고 누구보다 큰 발자국 소리로 너는 걸어서 온다. 아주 먼 곳에서

 

 또 한번 구름이 되는 것을 구경할 것이다

 

 

김언 시인

 

1973년 부산 출생.
1998년 『시와사상』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2003년 천년의시작)

        < 거인> 2005년 렌덤하우스중앙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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