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 정연숙 시

[스크랩] 어머니와 분꽃

정영진 2010. 4. 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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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분꽃/정연숙



어머니 올해도
마당 넓은 우리집 장독간에는
옹기종기 모여
까만 꽃씨를 감추고
분꽃은 소담스럽게 피었습니다

마음의 꽃밭을 가꾸며
꽃 피면 꽃 지는 줄 모르던
어머니의 열여덟 꽃가슴도
저리 곱게 붉었겠지요

그 날 저녁 나절에도
색색으로 지치도록 핀 분꽃
말없이 바라만 보시다
장독대를 덮으시며
저녁 지을 시간이구나
얼굴빛 고우시던 어머니

붉은 한 송이
꽃 피우려다 못 피우고
못잊는 사랑도 없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 가는
말 잃은 세월이더니
잡초처럼 한쪽으로 누우셨다



출처 : ▒ 나 그대 별이 되고파 ▒
글쓴이 : 소소 정연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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