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머문자리
정영진
타임머신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하나씩 가슴에 달고 있어
그것을 누가 산다거나 팔리지도 않을 텐데
자기들 맘대로 만들어서 어찌할 것인지
나는 오늘 두근거리는 마음을 꺼내
시간여행을 하려다 지루하기도 하여
가슴에다가 도로 넣어 두었다
가끔 꺼내 시간여행을 할 때마다
전에 보았던 광경이 달라지곤 하여
미지의 세계가 생각대로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니지만, 특별히 별 볼일도 없다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보다 먼저
시간 여행을 해본 사람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과거나 미래를 마음대로 돌아 다니다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풀죽어 되돌아올 때
시간의 말뚝으로 확실하게 부표해놓았던들
그대가 머문자리 그 자리로 되돌아올 수 있는 단 하나
그대와 내가 지금 잡고 있던 손을 탁 놓아 버리는
바로 그 것
눈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