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밤중에 잠에서
제일/정영진
오밤중에 잠에서 깨어 밖에 나와 보니
비가 쫀득 질퍼거니 내린다
나무 이파리들이 혀로 핥고 있다
얼마나 달짝지근할까
생활고에 찌든 내 삶과 텅 빈 가슴에도
시어들과 호주머니를 넉넉하게 채워 주기를 속없이 바래보다가
이 비가 우리 마당에만 내리는 게 아니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단, 하룻밤만이라도 내가 비가 되어
목마른 가슴들 흠뻑 적실 수 있다면 우리들의 동행 아름다울 텐데
오늘 각본에도 없는 소설을 쓰다가
지우고 또 쓰다가 지운다
'나의 이야기 > ▒ 영상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푼이 비빕밥 (0) | 2012.04.18 |
---|---|
점(占)을 치다 (0) | 2012.04.16 |
태극기 휘날리며 (0) | 2012.02.11 |
춘삼월 눈 오던 날 (0) | 2012.02.03 |
못된 늙은이들 버릇 고치기 (0) | 2012.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