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영상시

오밤중에 잠에서

정영진 2012. 3. 23. 02:37

오밤중에 잠에서

 

                      제일/정영진

 

오밤중에 잠에서 깨어 밖에 나와 보니

비가 쫀득 질퍼거니 내린다

나무 이파리들이 혀로 핥고 있다

 

얼마나 달짝지근할까

생활고에 찌든 내 삶과 텅 빈 가슴에도

시어들과 호주머니를 넉넉하게 채워 주기를 속없이 바래보다가

 

이 비가 우리 마당에만 내리는 게 아니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단, 하룻밤만이라도 내가 비가 되어

목마른 가슴들 흠뻑 적실 수 있다면 우리들의 동행 아름다울 텐데

 

오늘 각본에도 없는 소설을 쓰다가

지우고 또 쓰다가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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