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들
최영철
전동차안에서 뭔가가 자꾸 나를 찌르고 갔다
찌르르 사랑이 왔을때
하늘이 자꾸만 까마득해지던 때
사방 앞뒤 좌우 수압 센 샤워기처럼
지그재그로 춤추며 내 몸을 뚫고 갔다
자식들,
소리소문없이 전동차 강철판을 뚫고들어와
강철판을 뚫는 마당에
흐물흐물 내 몸이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더 흐물흐물한 옆의 여자와
더 흐물흐물한 옆의 노인을 뚫고
그 옆 남자의 단말기에 가서 꽂혔다
전화를 받고 있는 남자의 몸을 뚫고
저 앞의 줄지어선 몸을 뚫고
두부처럼 스스슥 순식간에 관통해간 전파가
전화를 받고 있는 남자의 몸이 익었나 안익었나
쑥쑥 찔러보면서
금방 뚫고 지나갔다
그 옆의 노인을 그 옆의 여자를 그 옆의 나를
뚫고 쏜살같이 지나갔다
최영철 시인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
1984년 무크지
『지평』『현실시각』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연장론>이 당선
시집『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일광욕하는 가구』『야성은
빛나다』 『홀로 가는 맹인 악사』『가족 사진』『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그림자 호수』
제2회 백석문학상
수상
계간 『관점21. 게릴라』 편집 주간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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