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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파들/최영철

정영진 2010. 10. 6. 14:30

전파들

 

 

최영철

 

 

전동차안에서 뭔가가 자꾸 나를 찌르고 갔다

찌르르 사랑이 왔을때

하늘이 자꾸만 까마득해지던 때

사방 앞뒤 좌우 수압 센 샤워기처럼

지그재그로 춤추며 내 몸을 뚫고 갔다

자식들,

소리소문없이 전동차 강철판을 뚫고들어와

강철판을 뚫는 마당에

흐물흐물 내 몸이야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더 흐물흐물한 옆의 여자

더 흐물흐물한 옆의 노인을 뚫고

그 옆 남자의 단말기에 가서 꽂혔다

전화를 받고 있는 남자의 몸을 뚫고

저 앞의 줄지어선 몸을 뚫고

두부처럼 스스슥 순식간에 관통해간 전파가

전화를 받고 있는 남자의 몸이 익었나 안익었나

쑥쑥 찔러보면서

금방 뚫고 지나갔다

그 옆의 노인을 그 옆의 여자를 그 옆의 나를

뚫고 쏜살같이 지나갔다

 

 

 

최영철 시인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
1984년 무크지 『지평』『현실시각』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연장론>이 당선
시집
『개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일광욕하는 가구』『야성은 빛나다』 『홀로 가는 맹인 악사』『가족 사진』『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그림자 호수』
제2회 백석문학상 수상
계간 『관점21. 게릴라』 편집 주간

출처 : 詩香의 숲 綵雲齋[4대강 패륜 STOP]
글쓴이 : 無影박희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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